2월 22, 2022
'무자식 상팔자'는 새빨간 거짓말
난생처음 나도 늙어 보았다. 부자와 가난한 자 모두 일몰이 오는 비탈진 황혼의 언덕에 선 지금,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며 살아, 남은 것이 없지만 하나도 슬프지 않다.
다만, 가져가지 못할지언정 나누어 주면 큰 행복을 가져다줄 수도 있는 사랑임을 미처 몰라, 나누어 줄 것이 없으나 공수래공수거로 위로하는 선한 자식들 때문에 부끄럽지 않다.
다만, 가져가지 못할지언정 나누어 주면 큰 행복을 가져다줄 수도 있는 사랑임을 미처 몰라, 나누어 줄 것이 없으나 공수래공수거로 위로하는 선한 자식들 때문에 부끄럽지 않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린 우정의 추억은 세리지교로 판단되지만 손주의 망년지교로 하나도 슬프지 않다.
봄을 소스라치던 아름다움과 밤낮을 격정으로 흔들던 희망의 시간 들도 물려줄 손주들이 있어 아쉽지 않다.
같이 산책할 개 한 마리 없으나 토끼 같은 손주들 때문에 전혀 부럽지 않다.
홀로 요양원 뜰을 휠체어를 타고 혼자 힘으로 맴도는 노인의 외로움과 노망의 늪을 헤집는 방황도 나에게는 밀어주고 울타리를 쳐주는 자식 때문에 큰 기쁨이 된다.
일찍 자고 늦게 자는 차이일 뿐인 죽음의 시간들,
기억도 없는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기가 두렵지만, 생자필멸의 섭리와 슬픔을 아는 자식의 극진한 배웅은 먼저 돌아간 자들을 만날 기대와 기쁨으로 황혼은 아름답다.
지워지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엄습하는 일생에서 만난 괘씸한 자들의 기억처럼, 남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회한의 추억들을 말끔히 씻어줄 무심의 열반을 적어도 한 해 한번은 찾을 것이기에 '무자식 상팔자'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용어 정리
공수래공수거
사람은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죽기 때문에 재물이나 권력도 부질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세리지교
권세와 이익을 목적으로 맺는 가식적인 친구 관계
망년지교
나이를 초월하여 맺는 친구 관계
생자필멸
태어난 생명체는 반드시 죽어야 하는 우주의 섭리와 인생의 허무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