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04, 2024
춘희새
멀지도 않은 길을
나는 아직도 가고 있구나
덧없이 짧아 인생무상이라 하지만
함께 하지 못하는 아픔은 천년을 울어도 삭일 수가 없다
봄날 화사한 기쁨으로 태어나
춘희라 이름 하였지만
슬픔만 머금고 살다가 황망히 떠나버린 무정은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으로 꽂혀지는
모진 고통의 비수 일 뿐
끝이 없다는 저세상
온갖 꽃 만발한 깊은 골짜기 양지바른 곳에 집을 두고
천상의 기쁨으로 다시 태어나 춘희새 되어
영겁을 다하며 훨훨 날도록
여기 빛 한줌에 애타는 그리움을 섞어 뿌리니
내가 죽는 날
하얀 모시적삼 곱게 차려입고
달 없는 밤에 별이 그러하듯이 작은 빛으로 나를 맞아
어린 너를 등에 업고 동네 어귀를 맴돌던 옛정으로
못난 무심은 덮어두고 고운 잠을 청 할지면
나는 회한의 빛이 되어 너의 영생을 지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