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노래
그리움
그리움이 무엇인지 알 무렵 우리는 떠나야 한다.
부유된 기억들이 침잠을 흐느끼고
칠흑같던 그림자들이 빛을 따라 떠날 즈음
우리도 떠나야 한다
석양 무렵의 포장마차
접시에 누운 꽁치의 허연 눈동자 속에서도
우리는 별을 보았고
선샤인 핼스 앞 장례식장의 통곡도
음악의 후렴이 되었다
울부짖는 앰블란스의 흐느낌도
락밴드의 노래가 되었지만
소중하다 믿었던 인연의 고리들은
변절과 배신의 숙명이었음으로
찬탈한 시간들 이제는 토해내면서
그리움이 무엇인지 알 무렵
우리는 떠나야 한다.
하나도 그립지 않은 것이 없는 지금
때가 되면 다 안다는 말을
가슴에 안고 떠나야 한다
그리워지는 사람
하도 그리워서
나도 한번쯤 그리워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집요한 그리움들이
물 가르듯 떠나가도
빛 좋은 날 밟아본
내 그림자처럼 떠나도
괜한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다
머나먼 가깜음
단풍
그저 단풍 곱듯이 또 돌아 올것 때문에
누구도 낙엽을 슬퍼하지 않는다
새 잎을 당연하다 여겨
무수히 아름답게 가을을 얻어
여섯자 관 하나로 끝날 영욕
또아리속 갇힌 수많은 영혼을 풀면서
바람에 일렁이다 내려 앉는다
강에 내리는 비
또 강에 비가 온다
내린 비는 강물을 타고 간다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듯
가는 곳 또한 모르지만
궁금한 것은 피차일반이다
억만의 흔적들은
이내 하나가 되지만
부질없이 비는 강물에 떨어져
파문을 남기고 있다
억만의 물 동그라미는
언제나 답이 하나인 나눗셈
그는 누구인가
그리움
아직도 자는가 그대는
머나먼 가까움 들리지 않는가
복권
복권을 사야겠다
돼지꿈 대신
꿈조차 꾸지 못하는 고단한 일상의 사람들
그들에게 나누어줄 행운을 대신 내가 사야한다
뱀눈의 사악한 사람들 사이
아침처럼 깨끗한 행복을 준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