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 2025

바람에 겨운 벚꽃 같은 시인 박경한

  • 1965년 경북 선산 출생
  •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동대학원 국어교육과
  • 1995년 「오늘의 문학」신인상 등단
  • 시집「살구꽃 편지」출간
  • 시집「목련탑」출간
  • 시집「풀물 들었네」출간
  • 순심고등학교 교사 재직

시골 학교 교사 시절에 만난 시인 박경한과의 만남은 그리움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인연이었다. 늘 머금고 있던 잔잔한 미소는 불현듯 솟구치는 알지 못하는 그리움처럼 와 닿는다.

언제나 수줍고 소리 없는 야단법석으로, 많은 사랑을 실천하는 그의 자세는 영락없는 벚꽃의 수려함이다. 숱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에게 준 기쁨으로 친다면 천둥소리도 모자랄 판에, 소리 없이 떨어지는 벚꽃의 겸허함은, 영겁을 윤회하는 마애석불의 미소처럼 차라리 외경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의 영롱한 시안(詩眼)으로, 낙화한 추한 모습조차 어여쁜 목련을 비롯한 그리움을 대신해 주는 주옥같은 그의 시 몇 편을 소개한다.

목련탑

부처가 열반에 들 듯

목련꽃이 졌다

오월의 햇볕이 그를 화장해서

색깔과 향기를 없앴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서둘러 장례를 치른 것은

내년의 환생을 믿기 때문이다

또 봄이 오면

목련탑 불사佛事로

야단법석일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난꽃

나와 아내가 돈 벌러 나가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다니는 사이

빈집 같은 아파트에 난꽃이 피었다

나비도 찾지 않고 새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외딴 집에서 홀로 출산한 어미처럼

난초는 꽃을 피웠다

절해고도를 견딘 꽃가지에

물망울 맺힌다

외로움을 견디며

생의 자국을 남긴 꽃에게

늦은 밤 무릎을 꿇는다

꽃구경

올 봄도

모든 견딘 것들이

꽃구경한다


산수유, 자목련, 매화, 수수꽃다리

사람은 꽃을 우러러 보고

꽃은 사람은 바라본다


누우떼처럼 몇 마리는

시간의 강물 건너지 못하고

악어에게 물어뜯기고 말았다


물어 뜯기는 마음으로

간절히 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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