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6, 2022
숨어 우는 낙동강의 슬픈 개와 다산 파리바게트
낙동강 제방으로 자전거를 타러 간 아내가 허둥지둥 되돌아 와 차 트렁크를 열고 뒤적거려, 연습하던 색소폰연주를 멈추고 까닭을 물은즉슨, 자전거를 타다가 쉬고 있는데, 제방 언저리 풀숲에서 굶주림에 지친 것으로 보이는 어린 개 한 마리가 기어 나와 낑낑거려, 관할 구역 동물보호단체 등 여러 곳에 연락하였으나 냉담하여 개 먹이를 가지러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전 달창 저수지 인근에서 만난 굶주린 개에게 주고 남은 사료는, 비상용으로 보관하다가 얼마 전에 아내 몰래 지인에게 주고 없었다.
우리는 개를 키우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개를 키울 경제력과 불상사로 야기되는 연민에 대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굶주림에 허덕이는 불쌍한 어린 개를 무심하게 팽개칠 수 없어, 고심 끝에 다산면 소재지에 있는 ‘파리바게트’에서 구매한 빵과 우유를 가지고 개가 숨어있는 풀숲으로 갔다.
어린 개는 인기척을 내자 낑낑거렸으나 좀처럼 풀숲에서 나오지 않았다. 영리한 아내가 유튜브 동영상을 이용해 개 짖는 소리를 내자, 겨우 나와 조각낸 빵을 섞은 우유를 먹다가 차가 지나가자 풀숲으로 들어간 뒤 다시는 나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 풀숲 안에 먹이 그릇을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유기된 사연은 알 수 없으나, 얄밉도록 아름다운 낙동강의 푸른 물빛을 닮은 개의 눈빛에 서린 슬픔은 확실해 보였다.
슬픈 개의 집
개 팔자도 양극화
모녀 3대가 사는 주택에 불이 나자, 애완견을 안고 제일 먼저 뛰쳐나온 손녀를 뒤이어 달려 나온 어머니가 외할머니는 제쳐두고 먼저 개를 걱정했다는 언론의 보도처럼 애호가들의 개에 대한 사랑은 극진하다.
하지만 비정하게 낙동강에 유기된 개의 슬픈 눈빛은, 길거리와 공원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유모차에 탄 반려견들을 보고 ‘다시 태어나면 개로 태어나도 좋을 것’ 같다는 지인의 말이 무색해 보인다.
개에게 주고 남은 빵을 먹어 본 후 ‘다산 파리바게트 빵이 참 맛있네요’라는 아내의 말은 차라리 연민에 찬 외침으로 대구로 돌아오는 내내 귓전을 맴돌았다.
개에게 주고 남은 빵을 먹어 본 후 ‘다산 파리바게트 빵이 참 맛있네요’라는 아내의 말은 차라리 연민에 찬 외침으로 대구로 돌아오는 내내 귓전을 맴돌았다.
이제 우리는 슬픈 개 때문에 정들었던 낙동강 제방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애초부터 개를 사랑하지 않은 이유가 이러한 연민의 굴레로부터 해방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반려견 애호가들의 각성과 관심 촉구가 목적인 포스팅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