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05, 2022

낙동강 자전거길 | 구상과 이중섭의 관수세심(觀水洗心)

<가실성당>

사진:https://iruja.tistory.com/431

강을 바라다보면 맑은 물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는 관수세심(觀水洗心)의 경지가 느껴진다. 유독 풍광이 아름다운 낙동강 자전거길 강정보와 칠곡보 구간에 구상문학관이 있다.

낙동강의 진수로 회자 되는 구상문학관은 한국전쟁 여파로 월남한 시인 구상 선생이 왜관수도원과의 인연 때문에 20여 년간 집필활동을 하면서 기거하던 칠곡군 왜관읍 낙동강 강변 생가에 칠곡군이 지어 헌정하였다. 강 건너 서쪽, 주먹 모양 도고산 실루엣을 배경으로 유유자적하는 강물이 유난히 맑고 푸른 과거 선창 나루 근처에 있다. 강호연파(江湖煙波) 위에 신기루 같은 나룻배의 기억이 폭발하는 파편처럼 그리움을 북받쳐 몸서리치게 아름다운 곳이다.

문학관이 들어서기 전 생가에는 역시 월남하여 방황 중이던 천재 화가 이중섭이 한때 머물기도 했다. 친구 구상의 주선으로 왜관수도원 산하 순심중ㆍ고등학교에 재직하면서 남긴 그림 중 1점이 경매되어 현재까지 장학기금으로 운용 중이다. 학교 목공실 불쏘시개로 소실된 그림과 생가 사랑채에서 습작 중 마음에 들지 않아 냅다 구겨서 문밖으로 던져버린 숱한 담배 은박지 그림 일화는 슬픈 아쉬움과 함께 아직도 구전(口傳)되고 있다.

누구나 강을 바라보면 관수세심(觀水洗心)이 생긴다. 강은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항상 가로로 흐르고, 눈은 수평선 보기가 즐거워 평온과 평화의 느낌이 깃들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 시단과 화단에 크게 두 획을 그은 시인과 화가의 순수하고 맑은 예지는 낙동강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에 아내와의 낙동강 자전거길 동행은 늘 즐겁다. 더욱 악하지 못해 안달하는 세인들에게도 강이 흐르기를 기대한다.

강정보 기점 6km의 성주대교는 구상문학관 여정의 기착지로 안성맞춤이다. 4백 년 된 배롱나무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국가 문화재 ‘하목정’과 장어요리 전문식당가가 자전거길 50m 지척에 있고, 인근에 ‘동곡 국수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성주대교 북쪽 7km 지점에 있는 바실리카 양식 가실성당 또한 마음의 평정을 얻기에 훌륭하고 아름다운 기착지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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