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 2025

아름다운 색소폰 이야기 | 강아지풀과 복숭아 쥬스

이 글은, 색소폰 연주 여정에서 잊지 못할 아름다운 격려를 해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그 순간들이 사무치게 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는 인간 한계의 개탄과 함께 간절한 해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색소폰과의 첫 만남

그림처럼 수려한 소백산 줄기 산골 중학교 재직 시절, 동료 음악 교사의 권유로 알토 색소폰을 시작했습니다. 색소폰은 폐기되어 방치 중이던 교재용이었고, 음악 선생님은 여성으로서 수도권 유명 음악대학 기악과를 졸업한 유능한 분이었으며, 틈틈이 여교사 특유의 섬세하고 자상한 태도로 많은 음악 이론을 가르쳐 주셔서 학창 시절 등한시했던 음악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40여 년 전 그 시절은 지금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던 나날이었습니다. 산 너머 마을의 학생 집으로 가정방문을 갔다가, 인심 후한 학부형의 정다운 권유에 이끌려 저녁상을 함께한 뒤, 진달래꽃 만발하고 휘영청 달은 밝았지만, 으스스한 산등성이로 연하는 산길을 따라 귀교하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유난히 무서움을 많이 타던 여교사의 손을, 남녀간의 감정이 절제된 순수한 동료애로 잡아 주며, 함께 노래를 부르던 순애보처럼 감미로운 순간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근무지 이동 규정 때문에 여러 학교를 전전하면서, 각각 다른 전공을 한 많은 음악 교사들로부터 학교 밴드부 단체 지도나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서 대화식으로 다양한 음악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가 교육적 차원에서 다양한 공용 악기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여러 악기의 연주를 체험해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음악적 재능이 거의 없는 제가 ‘아코디언, 바이올린, 전자 올겐, 클라리넷, 트럼펫’을 단기간에 초보 수준으로 연주하게 되어 저 자신은 물론 음악 선생님과 밴드부 학생들까지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음악을 좋아하여 어릴 적부터 꾸준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운전이나 사우나 등 무료한 시간마다 늘 노래를 듣거나 흥얼거리는 습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인들과 손주들에게도 전문가로 성장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조기 피아노 교습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피아노와 색소폰 연주만 즐기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악보 없이 좋아하는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다소 연주의 정확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연주의 목적이 심신의 힐링인 아마추어에게 그것이 무슨 큰 문제이겠습니까?

'DSAC'에 가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밴딩(Bending), 비브라토(Vibrato), 폴 오프/슬라이드(Fall-off / Slide), 글리산도(Glissando), 텅잉(Tonguing: 싱글·더블·트리플), 고스트 노트(Ghost Note), 스쿱(Scoop), 그로울링(Growling), 서브톤(Subtone), 오버톤(Overtone), 플러터텅(Flutter Tongue), 멀티포닉스(Multiphonics), 크레셴도·디미누엔도(Crescendo·Diminuendo), 서스테인(Sustain), 알티시모(Altissimo), 스타카토(Staccato)" 등의 기법을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3옥타브 도(C7)까지의 운지를 익혀 연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표의 ♭·# 개수와 관계없이 모든 조(12개 - C, C♯/D♭, D, D♯/E♭, E, F, F♯/G♭, G, G♯/A♭, A, A♯/B♭, B)로 자유롭게 전조가 가능해졌습니다.
그 결과 악보 없이도 피아노·기타·전자올겐·노래 등 다양한 형태의 반주에 맞춰 색소폰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보면대나 반주기를 휴대하기 어려운 야외에서도 스마트폰 음악만으로 연주가 가능해져, 한층 편리하게 색소폰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린 외손녀의 피아노와 함께하는 합주는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가수의 노래(성악)에서 물리적으로 피치(pitch)를 변경하면 음성이 변조되므로 전조(key change)가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노래의 원래 피치에 맞는 키를 선택해야 합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학교의 공용 악기를 사용해 간헐적으로 연주하다가, 이후 클라리넷·테너 색소폰·소프라노 색소폰을 구입해 잠시 연주한 뒤 학교 밴드부 학생들에게 기증하고, 새로 구입하여 현재까지 사용하는 알토색소폰은 세계 굴지의 명품, 프랑스 '셀마' 회사의 학생용 모델 '아리스토크렛 AS600'이며, 내구성이 좋도록 견고하게 제작되었지만, 가격 등이 낮은 관계로 음색이 만만치 않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디오웨인 마우스피스'와 '알렉산더 NY 리드'의 스펙으로 겨우 색소폰 다운 소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색소폰 음색의 결정적인 영향은 연주자의 역량이 결정적이라는 가설과, 멋있고 고상한 브랜드 이름(Aristocrat, 귀족), 충실한 견고성은 영원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되고, 많은 분들이 소리가 좋다고 하여 고가의 악기로 업그레이드하는 대신, 최첨단 공법(레이저 커팅)으로 사용자의 신체적 구조에 최적화되도록 본인이 직접 설계,개조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슴 따뜻한 경험들

저는 항상 자신에게 유달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항상 미흡하다는 생각 때문에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심산으로, 인적이 드물거나 아예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남몰래 연주합니다. 행여 사람이 지나칠 때면 연주를 멈춥니다.
아래에 서술되는 내용은, 멀리서 듣고 저에게 전해주는 격려의 사례임을 서두에서 밝혀둡니다.

상설 연습실의 위생 문제와 주택가의 소음 문제로 인해 연습은 주로 도심 교외의 강변에서 이루어지며, 대부분 아내의 나들이(나물 캐기, 야생화 촬영, 자전거 타기 등)에 동행하는 가운데 진행됩니다.

연습 도중 만난 아름답고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아 색소폰을 반려악기로 애지중지하게 되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싱그러운 초여름 어느 날, 고령 다산 낙동강 강변 뚝방에 주차한 승용차 안 조수석에서 대니보이(Danny boy)를 연습하는데, 느닷없이 산책 중이던 미모의 30대 여성이 운전석 차창으로 들여다보며“CD의 음색처럼 소리가 너무 좋아요.”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덩달아 여인과 동행한 꽃보다 예쁘고 앙증맞은 5살 여자아이가 선물로 준 한 자락의 강아지풀은 희열에 가까운,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용돈 2만 원을 주었더니 여인은 “오히려 저희가 드려야 하는데, 고맙습니다.”라는 말까지 해 주셔서 더욱 기품이 넘쳐 감동했습니다.

세천 금호강 자전거길 길목에서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Always Remember Us This Way'를 연습 도중,
경북대학교 실용전자과에 재학 중이라는 대학생이, 땀을 많이 흘리면서도 자신이 먹을 복숭아 음료를 '너무 소리가 아름다워 드린다.'며 나에게 건네주었으나 너무 감사해서 마시지 않고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저는 '맬랑코리'한 색소폰 특유의 음색과 노인의 모습에 대한 청년의 착한 측은지심의 발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약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학금 등으로 반드시 보답할 것입니다.

강아지풀(Green foxtail, Foxtail grass)은 세상 어디서나 흔히 자라는 풀에 불과하지만, 다섯 살 아이에게는 영원히 품고 싶은 소중한 꽃일 것입니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내밀어 운전석 차창 너머로 말없이 건네주던 앳되고 어여쁜 모습은 지금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말도 서툰 꼬마의 선물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말입니다.

복숭아 주스 또한 상점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흔한 음료이지만, 인적 드문 오지에서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가뭄 속의 단비처럼 갈증을 해소해 주는 천금보다 귀한 존재가 됩니다.
그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청년의 나눔은 깊은 감동을 주었고, 자전거를 타고 멀어져 간 그의 빈 가방 속 공허함은 제 가슴의 연민과 뭉클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 꼬마와 청년의 아름다운 마음은 부처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사랑보다도 더 진실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시대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참되고 착한 인성의 전형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많은 이들의 격려

셀린 디옹의 'My Heart Will Go On'을 연습 중, 젊은 자전거 애호가가 "세상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는 처음 들어요"라고 칭찬했으며,
또 다른 미국인은 "너무 좋아"라는 서투른 한국말과 엄지척을 보였습니다.
하이킹하던 중학생들의 "멋있어요!"라는 환호는, 아이들을 만나면 줄 과자를 차에 보관하고 다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엄지척과 함께 수줍은 미소를 짓던 중장년의 여성들, 특히 청소년들의 해맑고 활기찬 반응으로, 행복과 즐거움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진리와 색소폰 연주의 또 다른 즐거움을 체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격려는 제 연주 실력 덕분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의 심성이 아름답고 대부분 색소폰 연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 색소폰 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연주에 대해 칭찬을 잘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어느 정도 연주 능력이 갖춰지면, 요양병원 등에서 위문 공연을 하라는 소명을 마음에 새기며, 이 격려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달서아트센터(DSAC)의 추억

수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박자 감각이었습니다. 청각을 통한 내부 박자 감각의 체득이 이상적이지만, 초보 단계에서는 발박자 훈련이 한시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의존은 그루브(Groove), 루바토(Rubato), 프레이징(Phrasing) 표현과 내부 박자 감각 형성에 저해되며, 무대 위에서 과도한 몸동작으로 연계되면 청중으로부터 각설이, 품바로 비난받기 때문에 과도한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전문가에게서 여러 차례 받은 바 있습니다..

한 수강생(릴리)의 박자에 대한 혜안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1,000시간의 강의보다 깊은 이해와 통찰을 주어 박자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게 되어 잊을 수 없습니다.

반주기는 ‘메트로놈’, ‘튜너’처럼 인간 감각의 한계를 보완하는 훌륭한 기계입니다. 탁월한 음감을 소유한 사람이 1~3%의 박자 오류가 있는데 비해 0.1%의 오차를 자랑합니다. 반주는 물론 박자 연습에 최상이라고 배웠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 등에 비해 평소 합주가 필요 없는 개인 연주자는, 궁극적으로는 반주기로 연주해야 하므로 가능한 한 빨리 반주기에 적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은 타당해 보입니다.

불교 용어를 사용한 ‘시절 인연’ 노래는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많은 것을 성찰하게 하였습니다.
좋은 인연은 인과응보에 따라 맺어지며, 어머니와의 관계처럼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해로 가득 찬 절대적인 인연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즉, 서로의 양보와 이해 없이는 절대로 아름다운 인연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과응보에 따라 결정되는 하늘의 섭리지만, 어쩔 수 없는 결별의 슬픔과 고통에 인생무상을 통감합니다. 아무리 악연이라도 단절은 버림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 회장님을 비롯해 마음씨 착한 여성 회원분들과의 소중한 만남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한없이 꼼꼼하고 세심하셔서 지도자의 면모와 자질을 두루 갖추신 회장님, 언제나 발랄하고 컬러풀한 영원한 소녀 아네모네, 봄바람처럼 훈훈하고 고상한 여인 릴리!
황혼의 문턱에서 소년과 같은 희망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감미로움을 맛보았습니다.
죽는 날까지 양로원 등지로 함께 위문공연을 하는 즐겁고 보람찬 동행을 위한 아름다운 '시절인연'이 주어질지는 의문이지만, 마음은 한결같은 바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색소폰 연주 추천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고령화 시대의 시니어들을 위해 복지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일부 '실버 색소폰 합주단'은 70세 미만의 회원에게 월 30만 원 상당의 수당도 지급하여 심신의 건강을 돕고 용돈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색소폰 연주는 심신의 건강을 증진하며, 동시에 재정적인 혜택도 가져다주는 훌륭한 취미이므로 적극적인 권장이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앞서 두서없이 말씀드린, 기약 없고 짧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들의 만남은 색소폰 연주를 넘어서는 진정한 인생의 기쁨을 안겨줄 것입니다.

🎷 Selmer USA 개요

  • 정식 명칭: H&A Selmer Company (Elkhart, Indiana, USA)

  • 시작: 1904년 Henry Selmer(프랑스 Selmer 창립자)의 동생 George Bundy가 미국에 지사 성격으로 설립.

  • 역할: 프랑스 Selmer Paris 악기를 미국에 수입/판매하면서 동시에 자체적인 미국 생산 라인도 가짐.

  • 타깃:

    • Selmer Paris = 전문 연주자용, 최고급 라인

    • Selmer USA = 주로 학생용·교육용·보급형 악기 제작


📌 Selmer USA 주요 브랜드 & 라인업

  1. Bundy (번디)

    • 학생용 보급형 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 1930년대~1980년대까지 미국 학교 밴드에서 가장 흔했던 모델

    • Bundy I → Bundy II 순서로 발전

    • 튼튼하고 관리가 쉬운 대신 음색·정밀도는 Paris 라인에 비해 단순

  2. Signet (시그넷)

    • Bundy보다 한 단계 위의 중급기/세미 프로용 악기

    • 클라리넷에서 특히 유명

  3. Selmer USA (자체 Selmer 라벨 악기)

    • Bundy보다 고급, 그러나 Selmer Paris에 비하면 중급기 수준

    • 예: Selmer AS500, AS600 (학생~세미 프로용 색소폰)


🎷 Selmer Aristocrat 개요

  • 제조사: Selmer USA (H&A Selmer, Elkhart, Indiana)

  • 포지션: 중급기 ~ 세미 프로급 색소폰

  • 출시 시기: 1930년대 후반부터 이름이 쓰이기 시작.

  • 타깃: Bundy(학생용)보다 상위, Signet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 수준.

  • 악기군: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등 다양한 관악기에 “Aristocrat” 이름이 붙음.

🥁모든 날 모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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