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회와 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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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작> |
맥심회는, 동절기의 고난과 역경을 꿋꿋이 감수하면서 성장하는 보리와 같이, 겸허한 마음과 투박하지만 가식 없는 열정과 투지로 미술창작에 임하자는 다짐과 함께, 1975년경 '맥심창작회'란 이름으로 창단되었다. 당시 순심교육재단 산하학교에 재직 중이던 홍현기 미술교사의 발의로 순심 남녀 중ㆍ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되었고, 맥심회의 창단은 순심 남녀 중ㆍ고등학교 미술부 출신들이 지역대학교를 중심으로 미술대학에 진학하는 계기가 됨은 물론, 작가의 길을 꿈꾸는 터전이 되었다. 순심학교와 미술과의 각별한 인연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시작된다.
6.25 전쟁 당시 왜관 성베네딕트 수도원과의 인연으로 왜관에 정착 중이던 시인 구상 선생은 대구에서 피난민 생활을 하던 화가 이중섭을 자신의 집으로(현 구상문학관) 초대하여 함께 생활하였다. 구상의 시집 「응향」의 표지화를 그리기도 한 요절화가 이중섭(李仲燮·1916~ 1956)은 1955년 2월 24일부터 1955년 8월 26일까지 6개월에 불과한 짧은 체류기간 중 순심 중ㆍ고등학교에 시간 강사로 재직하였다. 이 기간 동안 ‘시인 구상네 가족’과 ‘왜관성당 부근’이라는 왜관 관련 작품들을 남겼고, 이중섭이 학교에 기증하여 수십 년 동안 순심 중ㆍ고등학교 교장실에 소장 전시되던 작품 '빨래터'는 1980년 초에 삼성재단이 1억 원에 구입하고, 판매대금 전액은 순심교육재단의 장학기금으로 조성되어 2020년 현재까지 장학사업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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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일 작> |
또한, 2006년에는 한국 선교 100주년을 즈음해서, 1925년 독일인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Norbert Weber, 1870-1956)가 구입하여 독일 성 베네딕트회 오틸리엔 수도원에 소장되어 있던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겸재 정선 선생의 화첩(21점 포함)이 같은 수도회인 성 베네딕트회 왜관수도원이 되돌려 받아 소장 전시중이다. 왜관 수도원은 1961년부터 순심교육재단을 인수받아 현재까지 경영 중이다.
1960년대에 부임한 윤정선 미술교사가 시작한 순심미술부는 철저하게 학생(중ㆍ고)중심으로 운영되었고, 입단은 미술교사의 권유로 이루어졌다. 활동은 고학년이 저학년을 지도하는 방식이었으며, 출결상황과 생활지도까지 선배들이 관여를 하였다. 오늘날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엄격한 규율로 운영되던 미술부는 진학지도의 개념이 전무했던 시대적 상황에 걸맞게 순수하고 진정한 예술가적 소양과 자질을 함양할 수 있는 자생적 동아리로 손색이 없었다. 비 오는 날의 실내 정물화 제작을 제외하고는 거의 365일을 주변 산천을 누비며 사생활동을 하였고, 작품을 완성하면 반드시 평가 회를 가졌다. 지금은 사라지고 우리들 가슴속에만 아련한 소박하고 꾸밈없는 꽃피는 마을들의 정겨운 풍광들은 이제는 로망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각종 실기대회의 우수한 입상실적은 지극히 당연한 자업자득의 결과로 판단된다. 또한, 감수성이 최고조로 예민한 중ㆍ고등학교 시절의 자연주의적 체험과 자연의 구조와 생태구조의 반복 학습으로 습득된 사물의 재현 능력은 작가로서의 역량에 지대하게 기여된 점은 주지의 사실로써, 현재 활동 중인 맥심회의 주역들은 순심미술부의 전성기인 1980년을 전후한 10년간의 세대들이며,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장두일 교수를 비롯한 30여명의 현역작가들로 구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당시 재직 중이던 홍현기 교사와는 사제의 인연으로 엮어져 지금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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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철 작> |
교복과 두발 자유화 등 학원가의 변화는 과거의 엄격한 규율로 유지되던 학교동아리 활동의 변화를 초래했다. 과거보다 더욱 풍부한 재료의 지원과 장학금 유치 지급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급속하게 변모된 사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고되고 힘든 동아리 활동을 기피하게 되고, 그나마 소수의 희망자도 제약이 전무한 학원을 선호하게 되어 자연적으로 학교 내의 동아리 활동은 미온에 그칠 수 밖 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소수의 학생들도 각각 선호하는 학원이 달라 과거처럼 강인하고 결집력이 있는 학교동아리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맥심회원들이 걸어온 45여년의 꿋꿋하고 멋있는 미술작가의 길은 후배들로 하여금 순수한 열정으로 동아리에 참여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 왜관을 구비치는 천년의 강, 낙동강처럼 순심 속으로 도도히 흐르는 미술에 대한 열정은 영원히 승계될 것이 분명하므로 맥심회에 대한 기대와 함께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겸재 정선 선생과 국민화가 이중섭의 인연처럼 맥심회 또한 순심의 역사에 큰 획을 긋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45회 맥심전
곽호철 김결수 김인순 김선경 김성수 김은선 김영규 김정국 김종근 김현진 박종훈 박희숙 신경애 심상철 이무훈 이원종 이택경 윤경희 장두일 정문현 정대철 황성규 홍현기